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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기

태항산 기행 2.

 

 

 

1.소림사와 달마

 

 

소림사에는 달마의 전설이 있었지만, 관광개발이 끝난 소림사에는 소림사도 없고, 달마도 없었다.

 

무술쇼를 기획하고 투자한 홍콩과 일본의 자본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광대짓을 하며 돈을 우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열병식의 병사처럼 일렬로 정연하게 늘어선 소림사의 당우들은 텅 비어있고, 내부는 인터리어를 다시 하는듯 각목들이 여러 불보살과 고승들의 조각상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제일 뒷편의 '삼세 스승전'에 모신 석가상은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뒷벽의 탱화가 볼만한 듯하였다. 윤회전생도를 그린듯한데..희미한게 오히려 더 볼만하였다. 저들이 그 그림을 산뜻하고 선명하게 손보지 말아야 할텐데...

 

일찌기 이소룡과 그를 이은 이연결과 성룡들이 만들어 내었던 '무술'에 대한 환상이

그 원류라 할 소림사에 대한 흥미와 전설을 일으키고...그것이 다시 관광지 개발로 이어지는...

어찌보면 현대 사회 특유의 문화생산 양식 즉 미디어와탈랜트들과 선전술이 이른바 문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작동하고 있는 현장이 소림사이다.

 

소림사 뒷산은 숭산이라 불리는데, 상당히 긴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었다.

 

숭산의 바위절벽이 한번 볼만 하였다.

 

 

2.낙양성과 용문석굴

 

낙양성은 고대 중국 역사에서 시안과 함께 역대 정권의 수도이었던 지역이다.

 

이곳 하남성의 넓은 평야의 중심으로서 일찌기 은상대에서 부터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민족적,혈통적 배경을 고려하면, 이곳이 중원 중국인들의 직접 조상들의 역사이고,

장안은 서쪽 변방의 '유목'민족이 동진하여 세웠던 많은 나라들(대표적으로 주나라 진나라 한나라 당나라...즉 거의 '대부분'의 중국 고대 국가들)의 수도였으니

혈통적으로는 중국인들과는 다소 먼나라인 셈이다.

 

하여간, 낙양에 도착하였다.

 

늦가을이지만 해는 따갑게 내리쬐어 모자를 써도, 수건을 둘러도 따갑다.

 

정주시에서 낙양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어느 산간을 지나는데, 길 옆의 도로 표지판에 '헌원유허발굴지'(軒轅遺墟)라고 썻다.

 

헌원이라면 중국인들이 자신의 조상으로 여긴다는 여와-복희오뉘와 더불어 '황제' 헌원으로 일컷는 전설상 인물이다.

황제 헌원은 우리의 영원한 신인 '동두철액' 치우 천황과 탁록 벌판에서 싸워 이겼다는 중국인들의 영웅이다.

이 전설은 등장하는 사실로 인해 신빙성이 조금은 의심되는데, 동두철액(銅頭鐵額) 이란 구리 머리에 철 이마란 뜻이니

분명 철기 투구와 무구를 지닌 '북쪽'의 오랑캐족 이었을 것이고,

황제 헌원은 중원벌판에서 농사를 짓던 고대 중국인의 부족왕일 가능성이 많은데,

 

어찌 목기 혹은 석기무기가 철기 무기를 이길 수 있었으랴?

 

후대의 역사를 보더라도, 어디까지나 북방 오랑캐의 철기와 승마술이 남부의 중국 농민국가를 맘대로 유린하고 정복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이 신화 또한 '춘추필법'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짐작한다.

어찌됐거나, 그의 유허가 발견되었다는건 이제 전설상의 황제헌원도 역사상의 실존인물로 등장한다는 건데...

중국의 역사가 과연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려고 이러나...

 

낙양 시내에 들어서니 온통 용문석굴에 관한 광고와 휘장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입구까지 제법 먼 길을 걸어 용문석굴 공원에 들어간다.

 

북주 효문제 때부터 조성되었다는 일대의 석굴은 듣던대로 규모가 대단하였다.

옆을 흐르고 있는 이강(伊江)을 따라 좌안절벽에 빼곡히 석굴들이 뚫려있다.

 

자잘한 석굴은 다 건너뛰고...용문 석굴의 대불을 구경한다.

웅장한 규모에, 본존 부처님의 상호가 너무나 아름답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 미남자라고 느끼는 것은 같은 것이다.

 

대불의 앞에 서서, 부처님의 시선이 닿는 곳을 휘돌아다 보니, 앞으로 이강이 흐르고,

좌측에는 강 중의 섬이 하나 있는데, 그 섬에는 버드나무니 잡초들이니 가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강의 흐름을 따라 오른쪽을 보면, 이름난 '향산사'가 건너편 언덕 위에 조성되어 있다...마침 향산사에서 저녁 예불을 알리는 종소리가 퍼져 나온다.

 

 

 

 

용문석굴의 유명한 본존불은 너무 유명하니까...그의 법계를 지키는 수문장인 사천왕들에 눈길이 갔다. 역동적인 무예 동작이 잘 표현된 사천왕상들

 

대불을 보고 강을 건너자 이번에는 석굴들과 벼랑을 건너편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 아기자기한 모습이 잘 그려진 추상화 같다.

 

3. 귀환

 

여행은 떠나는 것인지? 귀환하는 것인지?

 

여행의 끝은 항상 귀환이다.

새벽에 뜨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벅찬 일정에 시달린 다리를 쉰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것도 요령이 있어 어디 한적한 자리에 두발을 쭉 벋고 눕는다. 편하다.

 

이번 여행의 일정은 거의 극기 훈련 수준이었다. 6시 기상에 이어지는 산행, 산에 가면 반드시 무수한 계단을 만난다.

국내에서도 산에 가면 제일 싫어하는게 계단이다. 계단은 흙길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딱딱하고, 같은 근육을 같은 리듬으로 계속 써야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정각에 식사...수면 다시 기상...버스 탑승 하차...잘 짜여진 여정이라 빈틈없이 계속 이어졌다.

 

또 든 생각 하나...중국은 수천년 문학이 이어오는 나라답게 선전술이 대단하다...

즉 과대포장 내지 과대선전 혹은 중화문화주의 서적들에 혹하여(금정처럼) 중국 구경을 자주 오게 되는데, 중국은 무척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산에까지 인위를 가미하여(그 무수한 계단, 곤산수도, 케이블 카, 전기차, 트롤리, 산간도로...등등) 위력을 보일려고 하니 말이다.

성곽이니, 옛길이니,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은 현대인들이 제작한 것이다...

이래서, 중국 구경을 가면, 우리는 단지 중국이 외부인에게 혹은 자국의 순진한 관광객에게 보여 주고자 '개발한' 모습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본래 모습을 알 길 없으니 어떤게 조작된 것 인지도 알 수 없다...

무언가 속고 있거나, 엉뚱한 것을 바라 보고 있는 느낌...중국의 그 인위성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여 점차 중국에대한 호기심이랄지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또 이렇게 단체여행을 오면, 여행이 편하기는 하지만, 여행의 참맛인 시장구경이랄지, 현지인들과의 교류랄지, 현지식을 맛보는 것..같은 일체의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한편 현지인에게 다가 가고자 하면 당장 '언어'가 장벽이다. 가끔씩 알아듣는 몇마디나 미소로는 짧은 여정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타협책으로 현지 가이드를 수배, 고용하여 다니는 것이 무난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각자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가이드라야 할 것이다...)

 

만선산에서 버스가 기다리는 큰 도로까지 길이 끊어져 거의 10 킬로 정도를 걸으며 만났던 한적한 농가

 

 

............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며 벌써 일본 혹카이도나 야쿠시마 트래킹을 궁리한다...

갑자기 무척 바빠지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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