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만든 유명한 실화영화다.
주인공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시시한 밀수업자에서 세계적인 마약왕이 되고, 다시 몰락하여 마침내 사살되는 과정을 밀도있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한 범죄자의 일대기라는 면에서 바라보면 완성도가 퍽 높은 시리즈다.
실화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만들어졌고, 영상이라거나 이야기의 전개 등 영화적 요소가 완성도 높게 전개되었으며, 극적인 요소도 잘 처리되었다.
한편, 파블로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고찰에 이르러면, 역시나 아메리카니즘의 력력한 흔적이 눈에 보인다.
또 다른 면은, 만일 파블로가 역사의식에 투철하여, 메데인 독립국가를 추구하였더라면 어찌되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였다.
1.파블로, 마약, 아메리카니즘
파블로라는 인물은, 남미의 전형적인 주변인이다.
그는 백인 지배층도 아니고, 도시 출신도 아니고, 교육을 받은 엘리트도 아니다.
그는 인디오의 피를 물려받은 시골 출신의 시시한 깡패인 것이다.
식민시대가 끝난지 이미 백 수십년을 헤아리지만, 식민시대에 형성되었던 강고한 기득권 구조가 아직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남미 일대의 나라에서는,
파블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깡패가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즉, 그가 범죄자가 된 건 멕시코 사회의 구조 그 자체가 큰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는 범죄자의 길이었다.
알려진대로, 파블로를 잡으러 다니던 경찰 조차, 그 위의 정치가 조차 범죄자와 결탁하여
뇌물을 받고 그걸로 다시 지배력을 강화하는 부패한 나라이니, 파블로에게는 찌질한 말단 경찰보다는 폼나는 밀수업자가 더욱 할 만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뇌물을 받을 것인가?
관세를 포탈할 것인가?
시골의 무역업자였던 파블로에게 칠레에서 온 마약 제조자가 마약왕의 길을 열어준다.
메데인 지역은 중앙 정부의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지역이었다는데, 이건 작은 국토에서 사는 금정으로서는 이해가 잘 되지않는 점이다.
하여간,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파블로는 마약계에서 거물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남미의 척추인 안데스 산맥 주변지역에 사는 가난한 농민들은 그들의 '전통'으로 코카잎을 씹는데,
사실 코카잎은 스페인 식민자들이 노동착취를 위해 인디오들에게 제공한 마약이었다.
이건, 일제말, 강제 노역자들에게 헤로인을 제공했던 일제 식민자들과 같은 것이었다.
그 코카잎을 정제가공하면 코카인이라는 마약이 되고, 가장 큰 소비국은 미국이다.
마약사업을 남미의 마약조직이 주도하고, 미국은 DEA를 동원하여 소탕하는게 마약전쟁, 또 이영화의 기본구도다.
정작 남미 정부 자체는 통제력을 별로 가지지 못하는데, 정치적으로 보면, 마약 전쟁이라는 명목을 통해,
미국이 남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는 틈을 만들기도 하고, 기회를 잡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묘사되듯, 현지 정치가들과 마약 카르텔 사이의 거래 관계에 대한 정보는 현지 정부를 얼마든 조정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화제의 인물 필리핀의 투테르테가 언급한 그 나라 법무장관의 행태를 보면...)
아메리카니즘에 의하면, 남미는 미국의 뒷마당이다.
뒷마당이긴 하지만, 그 지역에서 나는 이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이나, 민주주의 따위는 관심이 없다.아니, 오히려 그걸 방해한다.
고분고분하고 부패한 소수 백인 정권을 더욱 선호한다. 남미의 잔인하고 둔중한 정치가 미국의 국익과 관련이 많다는게 이미 증명되지 않는가...
이 영화는 그런 사실에 대한 또 하나의 증거다.
단지 파블로라는 마약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2. 메데인 카르텔
남미의 게릴라 역사를 보면, 백인 통치의 모순을 타파하고,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지난한 무력투쟁을 수십년 동안 계속하고 있다.
(그의 조국 콜롬비아는 아직도 게릴라의 무장 투쟁이 끝나지 않고있다...)
파블로가 이러한 남미 역사에 대한 통찰이 있었다면..? 아마 백인 지배정부를 가진 모든 남미국가의 골치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가 가졌던 그 막대한 재산과 영업망과 현지주민의 지지라면,
충분히 지방 국가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가 '제대로' 정치적이었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신분의 '최대치'를 연방의원으로 상정하였고, 의회출석에 성공하고 있다. 그게 파블로가 상상할 수 있었던 최대치였으리라...
타도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메데인 주민에게서 얻었던 신망과 열망을 해석하고 발전시킬 역량이 없었던 탓이다.
그가 스스로 감옥을 만들며 국가권력을 농락하는 모습에서는 거의 국가 설립자에 가까이 가는듯 하였지만,
국가의 진정한 모순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 모순의 원인이 되어 버린다.
3. 사냥
시리즈 2 의 10부작 전체가 파블로를 사냥하는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다.
이런 범죄 시리즈의 원래 목적인, 권선징악, 국가권력의 정당성 선전의 견지에서 보면 당연한 구성이다.
범죄자로 태어나 범죄자로 사살당한,
아니, 사냥당한 한 사내의 이야기가 10부작에 걸쳐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서 사냥당한 은행강도 '존 딜린저'를 기억하듯이, 남미의 '파블로 에스코바르' 를 기억해야 하나...
딜린저는 재판도 없이 길거리 영화관 앞 대로에서 사냥당하였다고 하여, 그 억울함이 문학가에 의해 기억되었는데,
남미의 파블로는 그냥 죽여도 좋을 짐승에 불과해도 되는 것인가...
영화는 당연히 그래도 될 수있도록 그의 천인공노할 범죄사실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의 죽음을 보며 통쾌함을 느낀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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