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핏빛 느와르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처절한 유혈을 그린 영화. 감독의 폭력 묘사의 스타일리쉬가 종합되었다.
예전 작품인 '태양은 없다'가 인상적이었는데, 도시 환경 자체가 가진 폭력을 묘사하는데 탁월한 솜씨를가 보였던 영화였다.
이 영화의 과도해 보이는 폭력묘사와 디테일을 보며, 감독의 의도를 짐작해 보면,
스토리 라인과 폭력이 스스로 증폭해 가는 라인 두 가지를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야기 라인과는 별도로 혹은 이야기는 차치하고,
감독에게 중요했던 것은 폭력이 스스로 증폭하여 폭발하는 양상을 묘사해 보여주고 싶었다는 느낌이다.
이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욕망이 이 정도의 유혈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면에서 스토리 라인은 좀 약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야기 보다는 인간의 욕망들이 일으키는 화학작용과, 그 상승작용으로 인해 인간 무리들을 덮치는
여러 양상의 폭력이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면, 이야기와는 별도로 폭력 그 자체를 들여다 보아야 하는 것이다.
(크로넨버그의 영화 이스턴 프로미스에서의 폭력 묘사와 비슷하게...)
이런 면에서 감독의 폭력묘사는 특출한 바가 있다.
2.현대 도시의 지옥도
현대의 거대도시가 형성되는 한 방법인 도심지 개발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자잘한 인간들의 모습
즉, 욕망들이 충돌하고 약자가 잡아먹힐 수 밖에 없는 현대 거대도시에서의 인간의 삶이, 이 영화의 제목인 아수라 라는 것이다.
아수라에서는 만인간의 폭력과 투쟁이 무한히 펼쳐지는 것이니 말이다.
인간 욕망의 맹목성이 가져오는 상상 이상의 유혈과 폭력.
그것은 코다를 장식하는 크레인웍에서 더욱 극명하게 보이는데,
칼에 잘리고, 찔려, 혹은 총에 맞아 피 속에 죽어 넘어진 인간군상을 세밀히 묘사한 장면은 감독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감독의 의견에 동의 하는가에 상관없이...)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햄릿을 떠올리게 하였는데, 모든 등장인물이 유혈을 남기고 모조리 죽어버리는 가장 처참한 비극이다.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과 폭력이 낭자하게 묘사되지만, 그 근원에는 복수의 여신 혹은 인간의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리는 운명의 여신이 웃고 있는 것이다.
그 여신은 선악미추를 초월하여 인간의 모든것을 파괴하고 마는 것인데(즉, 이 영화에서도 선악에 상관 없이, 혹은 서로 섞여 폭력사태에 휘말려 멸망한다.)
과거에는 그 여신이 동시에 생산 혹은 탄생을 장악하고 있어서 재생의 동력으로서의 죽음이라는 관념이 있었다.
그러므로, 아수라의 인간도 다음 생에서의 선한 삶을 꿈꿀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신화를 더 이상 믿지않는 현대인에게는 죽음이나 파괴는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버리고야 마는 허무일 뿐이다.
그래서 현대인에게는 현재 이 순간의 찰라적인 욕망만이 유일한 것이 되었다.
돈이나 권력만이 전부인듯 사는 현대인의 저 깊은 속내가....
(주인공의 욕망의 근원인 아내가 질병으로 끝내 죽는 모습에서, 이미 그의 운명이 보이는 것이다.
아내의 죽음을 전후로 그에게 닥치는 폭력이 더욱 강도를 더한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지옥으로부터 탈출을 꿈꾸기도 하지만, 운명은 결코 탈출을 허용하지 않는다.)
3. 연기
황정민의 연기는 선이 조금 약했다. 외모에서 오는 한계도 있지만, 광기의 표현이 조금 모자란듯 하였다.
(이런 종류라면, 이 병헌의 눈빛이 더 좋지 않았을까...놈놈놈에서 보여 주었던...)
정우성은 그 형형한 눈빛이 좋았다.
그림자에 숨어서 번득이는 그의 눈빛은 아수라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부둥치는 이 땅의 아수라인들을 잘 묘사하였다.
정만식의 연기가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였다. 정직한 생활인의 모습과 결국 폭력에 휘말려 희생되기 까지 일정한 톤이 유지되었다.
영화 중반부를 차지하는 자동차 추격씬은, 단연 압권이었고, 무지한 공력이 들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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