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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눈치 노트


보수,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장관 자리에 지명된 인사들에 대한 논란은

정의당의 데스 노트로 평정되어 왔다.

이 땅의 정당 중에서 자장 진보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국 정쟁 국면에서,

정의당은 판단을 계속 유보하다가, '사실상' 승인 의사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임명 후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일방적인 언론과 검찰의 정보 흘리기로 인해

국민의 여론 지형이 나빠지자,

정의당은 이율배반적 상황에 처한 것 같다.


논리적, 이성적 차원에서 조국 논란을 바라보면,

아직 아무런 진실도, 사실도 정해지지 않았다.

단지 소음들, 주장들 만 있을 뿐이다 고 판단하는 것이 맞아 보인다.


각 진영에서 떠드는 모든 주장들은 오로지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들일 뿐인 것이다.

과연 어떤 주장이 진실인지는 수사가 끝나고 나아가 재판을 통해서 가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장관 임명에는 법으로 정해진 기한이 있고,

이런 불확실성 아래서 가부간의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럴 때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장관 후보자의 자질, 신념, 그간의 삶, 능력, 정책등이 될 것이다.

조국은 그런 기준에서 모자람이 없는 인물이다.

정의당의 결정은 아마 그런 생각이었으리라.


그러나 또 한편,

정의당은 이미 대중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다.

이제는 단순한 정의나 이론 만으로 정치할 수 없는 제도권 정당인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은 현재 여론의 내용이 다소 황당하더라도,

여론이 기울어지는 방향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더구나 정의당의 주요 타겟층인 20대의 젊은이들의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듯이 정의당이 눈치보는 대상은 살아있는 권력이 아니라,

자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층의 여론이다.


그래서, 정의당의 데쓰노트가 눈치노트로 불리게 된 것이다.


진보 정당이 노상 만나는 모순 중의 하나가 

원칙이냐 현실이냐 는 문제다. 조국 정쟁에서 또 한번 그런 국면을 만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정의당의 진의는 조국 장관의 윤리적, 법적 흠결 여부가 아니라(아직 알 수 없수므로),

그가 하고자 하는 검찰 개혁의 성부와,

그것이 우리나라 전체에 미치는 엄청나게 좋은 효과에 대해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수시로 바뀌는 여론을 추수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정당 차원에서의 이해 관계를 떠나, 나라가 좋아질 수 있는 방향이라면,

당연히 그 길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정의당을 지지하는 청년층이 조국의 특권적 행태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 문제가 오로지 조국의 책임일 수는 없으며, 그럴리도 없는 것이니,

이건 조국에 대해 너무 큰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가?  행위와 책임 간의 비교 형량 말이다.

사실, 청년층의 분노에 대한 올바른 답은 

이 나라를 그동안 지배해 왔던 기득권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

그 길로 정치력을 집중하는 것, 

청년에게 현 상황을 올바르게 설명하고(지금 기득권을 누리며, 조국 낙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자들의 정체에 대해),

조금 더 인내하고 투쟁하기를 설득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국이 유죄로 판명되고 낙마하여, 문재인 정권의 몰락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어떤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불확실한 미래를 핑계로 유권자층의 유동적인 여론 지형에 신경쓰며 머뭇거리는 것은

그간 정의당이 보여온 당당한 정치적 행보와는 격이 좀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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