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 지형 아래 숨어있던 권력기관 간의 경계선 혹은 투쟁선이 하찮은 표창장 한장으로 드러나 버렸다.
표창장이 어떻게 그런 위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두 다 보고 알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당 의원이 서로 다른 양식과 일련번호를 가진 표창장이 18건이나 된다며
사진을 화면에 띄우는 순간 표창장 문제는 해명이 끝났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인 검찰이 그 사건을 기소함으로써,
검찰이 가진 공신력의 위력으로, 모든 국민은 '또 다른' 뭔가가 있을거라는 의혹이 생기면서..
청문회를 깃점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형성될 뻔 했던 여론의 향배를 180도 돌려 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것은 청문회 전날 있었던 기자 간담회 후의 여론 조사에서
간담회를 보았던 사람들의 찬성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달만에 여론이 뒤집혔던 것이다.)
상식적 견지에서 이 사건을 보면 우선 표창장 발행이 의전원 진학 '3년 전' 이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즉, 표창장 받을 당시에는 3년후 의전원에 진학하리라는 것을 이 세상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검찰이 주장하는 사문서 위조와 동 행사 라는 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마치 표창장을 위조하여 그것을 가지고 의전원에 입학한 것 처럼 되어 있지만,
3년의 시차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
두번째는 학생이 무척 우수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펙이 중요한 학생의 경우 거의 합격선상에 걸릴까 말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스펙 한줄이 당락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의 딸은 굳이 그런 스펙이 없이도, 자신의 그간 성적만으로도 의전원에 충분히 합격하고도
남을 정도의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부모가 스펙 한줄을 위해서 표창장을 위조하였다거나, 총장 도장을 도용했다는 주장은
말이 않되는것 이다. 어느 부모가 그럴 것인가? 성적만으로도 충분한데 말이다.
세번째는 학생 본인이 무척이나 관련 봉사활동을 '열씨미' 했다는 것이다.
가기도 어려운 시골 마을에 매주 가서, 초등학생에게 영어 수업을 했다는 것인데,
그 활동이 끝나면, 당연히(당시 입시제도에 비추어 보면)
표창장이 주어져야 했지 않겠는가?
여기서 또 한번 '위조' 의혹이 어이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 오히려 검찰이 기소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신임장관에게 자신들의 위력을 시위한 것이 아닌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어떤 것이라도 '엮어서' 기소할 수 있다는 경고가 아닌가?
법상 검찰은 그런 것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반인에게는 검찰이라는 대외 공신력이 기소의 정당성을 거의 입증하는 걸로 보이니 말이다.
말하자면 여론정치, 이미지 정치에 절대 유리한 위치에 있는게 검찰이라는 것이다.
한편, 등장할 때 각광을 받았던 검찰총장이
이제는 내부 총질을 하는 혹은 자신의 조직 만에 충성하는 분파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여기서, 우리나라를 그동안 지배해 왔던 검찰 권력의 위력이 새삼 눈에 보인다.
'법대로 수사'하는 강직 검사조차, 검찰 지상주의의 자장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아닌가
검찰 지상주의의 여러 폐해들--전관예우,사건청탁, 편의적 기소독점, 정치검사--때문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상처받고 멍들었던가.
정부와 대립한듯 보이는 윤석열 총장은 검찰 조직 내에서의 자기들 끼리의 소우주에서
통용되었던 고정관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라면,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증거 조사도 채 못끝내고, 기소를 해버린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표창장이 그리도 중요한 국가적 사안이란 말인가?
(이 장면은 박근혜 선거 마지막 날 경찰이 심야에 발표해 버렸던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가 생각난다
그 허위 발표로 표심이 엄청나게 흔들렸다. 이제와서 국정원 댓글사건은 유죄로 판명나지 않았던가.)
기소로 인한 충격 때문에 여론이 망설이고 있어 보이는데, 이건 아니다.
진실이 좀 더 알려지고,
무리한 기소라는 것이 더 널리 밝혀지고 난 후 ,여론이 호전될 것이고,
임명해야 한다. 그 시간이 그리 길게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검찰적폐의 개혁이야말로 촛불 정부의 '1차 임무'가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