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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영화관

내부자들 (우 민호 2015)

 

 

욕망에 관한 이야기인 이 필름을 보고, 두가지 생각이 났다.

물론, 우리의 욕망에 관한 생각이다.

 

1.

 

난교 파티

 

재벌과 언론인과 정치가가 모인 '조촐한' 파티 장면.

 

이전 어느 영화에서도 묘사된 적이 없는 장면이 펼쳐지는데, 이 장면을 보며, 철학자이자 영화 평론가인 지젝의 말이 떠올랐다.

 

영화의 장면은 우리의 욕망을 형성하는 '정보'를 제시한다

 

즉  그 장면들은 우리 사회에서 잘 나가는 자들이 어떻게 노는가에 대한 정보를 우리에게 주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우리에게 잘 살면 어떻게 살게될 것인가의 풍경을 보여 준다는 말이다.

 

일전에 문제가 되었던 건설업자와 부자들과 모 부처 '차관'이 연루되었던 성 추문에서 나온 이야기가 이런 풍경이었을까?

그 사건은 유야무야 끝났지만, 그 사건의 '피해' 여성들이 증언했던 기괴한 성 추문은 난잡한 상층부 인간들에 대한 이미지를 남겼는데,

이 영화에서는 더욱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그 장면들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파티에서 여성들은 고운 고깃덩이로 전시되고, 배당되어 철저히 쾌락을 위해 소비된다.

 

우리가 갈망해 마지않는 물질적 풍요의 한가지 내용인 것이다. 모름지기 그렇게 '욕망'할지니...라고 영화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 욕망이 우리의 것이 될지 안될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어쨋거나, 그런 쾌락이 우리의 최종 욕망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고,

우리 또한 그렇게 욕망할 수 있고, 해야할지도 모르며...더욱 곤란하게는..그게 출세의 한 징표로 혹은 목표로 삼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넘처나는 포르노그라피를 생각하면, 파티 장면 정도야 가볍다고 할 수 있겠으나,

우리 사회도 마침내 어느 나라 못지않는 물질적 성과를 이루었고, 그 물질들을 주체하지 못하여 인간이 소금물을 마시듯 쾌락을 갈구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한 징표로서...우리의 선망의 대상인 부자와 언론인과 권력가가 벌이는 난교 파티장면은...시사적 장면일 것이다.

 

일전에 보았던 '울프 옵 월스트리트'의 주인공이 당도하였던 그 황망하고 절망적인 쾌락의 도원경도 마찬가지 의미를 가진듯한데...

결국 인간은 그런 지점들에서 돌아서 나와 오히려 극단적으로 지독한 청교도가 되거나, 더욱 돌진하여 마약에 쩔어버릴 것이다.

그리하여 물질의 열반 속에서 한줌 재로 돌아가는 것이다.

 

고작 그거 할려고 그런 난리를...?

 

이 지점에서 우리의 욕망은 무엇일까?

 

 

2.

 

영화의 마지막 장면

 

멀리 여의도 국회 의사당을 배경으로 '승리한' 두 영웅의 농담이 이어진다.

 

'모히또' 라는 다소 이국적 이름의 음료를 소재로 하면서,

건달인 안 상구의 단순무식을 나타내려는 농담이 등장하면서...그들 대화의 주제는 결국 성공한 자들의 '전당'인 국회로의 진출이다.

 

과격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체제내적인 것이다.

전면적 투항... 한낱 검사나 깡패의 영웅담에서 체제 전복적인 이야기를 기대한다는게 하품나는 생각이긴 하지만,

우리를 옥죄고 있는 현실의 바탕이 바로 그 체제내적으로만 생각하고, 그너머를 상상하지 못하는 상상력 부족에 있다는걸 생각하면,

거대 대중의 이목을 이끄는 대중 예술작품에서는 다소라도, 현 체제 자체의 모순을 짚어내야 하지 않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주된 모순은 부자와 언론과 권력이 협력하여 추악한 짓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며, 주인공들은 그들의 카르텔의 일부를 까발리고 깨부신다.

 

그러나, 우리의 주된 모순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권력, 재력의 포스트를 차지하는 어떤 인물을 벌주고 퇴장시키는 것으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듯, 저항자들이 다시 좋은 포스트를 차지하려는 투쟁에 나선다.

단지 지배자 혹은 수혜자들의 면면만 바뀌는 것이며, 체제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표상에 떠있는 '우리 세상'은 너무나 찬란하고 성공적이니...

 

금정이 본 영화사상 가장 잔인하고 조용한 폭력을 행사했던 인물..인상적이었다.

 

상구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그의 욕망을 수긍하느냐의 문제는 남는다.

상황에 밀려 그렇게 살 수 밖에없다고 변명하여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살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그도 일종의 선택을 하였으며, 또한 그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었던...조폭 두목이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은 감히 목표할 수 없는 캐릭터다.

 

그런 점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은 우리의 욕망을 상징하는 상징적 존재인 것이며, 영화는 그 상징들간의 갈등과 투쟁을 묘사한다.

 

우리의 시스템은 이미 너무나 커져 버려 혁명이 불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개인은 단지 이 시스템 속의 한 부속으로서 살 수 밖에 없는 시대라고 할 때...

우리는 메트릭스 속에서 단지 바이러스로서만이 시스템에 저항할 수 있는가?

상구와 우 장훈 검사는 누구과 싸우고 있었던 것인가? 무엇을 위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여의도의 국회 의사당을 한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곳이 우리의 질시는 받는다고 하여도 결국 뭔가를 해 보기 위해서는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암시인데,

반대로 그곳이야말로 차후 무수한 상구들과 우 장훈 검사들이 필연적으로 출현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 그 자체를 생성하는 곳이지 않은가?

 

그 악몽과 같은 투쟁의 윤회를 다시 또?

 

그들은 그곳에 가서 또 무엇을 꿈꾸며 살 것인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