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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영화관

아이리시 맨( 마틴 스코시지 2020)


시절이 코로나19로 뒤숭숭하다.

희망차게 맞은 2020년의 초두를 이렇게 장식하니,

올해는 또 어떤 모습으로 전개되고 끝 날 것인가..한편으로 실망이, 다른 한편으로 기대가 교차하는 요즘이다.


작년 말에 우연히 발견된 병들로 인하여 시작된 병상생활이 거의 4달 이상 계속되다가

이제 겨우 몸을 일으켜, 헬쓰에 등록하고, 잃어버린 적도 없는 건강을 회복 혹은 유지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따르려고 노력하기 시작하였다. 몸이 안전치 못하니 오랫동안 글 쓸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1.배역


마틴 감독의 페르소나 로버트 드 니로가 이제는 너무 늙어버렸다.

택시 드라이버, 민 스트리트에서의 드 니로가 아니었다. 

이 점 때문에, 이 영화의 첫 1시간 정도는 보기에 피곤하였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시간과 배우의 늙은 용모가 하나도 매치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 니로가 문제적 인물 호퍼를 만나는 장면 즈음부터 영화가 본격적으로 흥미로워 졌는데,

이 매우 긴 영화(3시간 넘게 이어진)는 종극에 이를 때에야,

거장 감독의 의도를 드러내었다. '역시 !!! 스코시지 감독이야' 는...찬사가 마지막 엔딩 장면과 함께 묵직하게 다가왔다.


2.조폭


본래는 선량한 가장이었던 프랭크(알 파치노)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상황 하에서(조금의 불황과 뒤어진 크고 장기적인 호황이 이어진 국면애서) 

생존하기 위해 조폭 똘마니가 된다. 거시적인 미국 경제 상황 즉, 전후 복구 수요에 의해 일어나고, 길게 이어진 경제의 장기적 호황과는 

거의 반대로 살아야만 했던 미국 '하층민'들의 모습이다. 미국은 그때부터강대국이되어세계를호령했지만,정작미국민들은,대부분의하층민들은조폭똘마니라도되어야겨우살수있었던것이다. 물론, 그런 길로 가지 않았던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하는 조폭들은 당대에 인생을 용감하게 살려고했던 한 젊은이가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 이후 그는 많은 살인을 저질렀다.


처음에는 자신의 보스의 명령으로,

그 다음은, '저 위' 라고 표현되는, 미국 마피아 최고 두목의 뜻에 따라...

무수한 살인을 저지르는, 조폭의 말단 행동대원으로 평생을 살게 된다.


그의 인생을 둘러싼 사회의 변동은 45년 즈음부터 코소보 전쟁이 일어나는 시대까지 이어진다. 

자본주의의 황금시대였던 60년대,

아직도 미궁인 케네디 암살사건을 저질렀다고 '설정된' 마피아의 하수인으로서

마치 제 손으로 미국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착각마저 하지만,

그는 끝까지, '저 위'의 두목들의 명령이 따라, 살인이나 저질러야하는 '하수인'일 뿐이었다.


미국 사회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


3.인생의 공허


이 영화의 엔딩 장면은 전작 영화(무시무시한 에로 묘사로 악명높았던) wolf of wallstreet 를 떠올리게 하였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은 미국의 최고 부자대열에서 허망하게 무너졌고,

그 실패에서 인생의 공허를 표현하고 있었다.


반면 이 영화는,

아무리 애써도 한발짝도 인생이 나아지지 않는,

아니, 겉으로 부유해지면 질수록, 더욱 외로워지고 공허해지는, 하층민, 트럭 운전사 프랭크의 일생을 보여준다.


그래서 뭐..?


그의 모든 딸들은 그를 떠났고, 그를 무서워했으며,

그와 떨어지기를 일생 바라고 살았다는 고백을,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더 이상 어찌할 수도 없는 노년의 시간에 듣게된다.


문이 아직은 닫히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노년의 마지막 순간이


감독이 주는 계시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기회와 좋은 때는 이미 가버렸고, 인생의 모든 일은 이미 정해졌으니...

아직 기회가 있을때, 외로운 노년을 예비하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노 감독의 절실한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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