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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영화관

기타노 다케시


이 일본 남성배우를 처음 만난 영화는 제일동포 깡패역을 했던 '피와 뼈' 라는 영화였다.


피와 뼈라는 영화에서 그리는 역사는 우리나라 제주도민들이 삶을 찾아 일본으로 대거 도항했던 1920대쯤이다.

본지 오래라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주인공 준평이 도일하는 때가 관동 대지진이 일어났던 해라고 기억된다.

일본 근대사에서 한 획을 그은 해가 바로 그 해였고, 일본은 그 해 이후로 군국주의로 줄달음쳤다.


일본이라는 외국에온 무식한 시골 깡패가 생존하기 위해 살았던 그 그악한 삶을

기타노의 억센 연기가 잘 보여준 영화였다.


나중에 보니까 그 '기타노'가 일본의 극우파라는 평이 있어서,

다시 그의 연기를 생각해 보니, 그 영화에서의 재일교포 준평의 그 악랄한 삶의 모습을 그토록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었던게,

일본 극우들이 바라보는 재일교포들에 대한 멸시 혹은 천시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영화는 재일교포 준평이 북항선을 타고 북한으로 가면서 전 재산을 공산당에 빼앗기고

비참하게 죽는 걸로 끝나는데,

그 장면도, 감독의 의도와 달리, 현재 갈라져 싸우고 있는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을

비아냥거린게 아닌가 하는 감상이다. 요즘에는 특히 그렇다.


그외 그가 출연한 영화 중 '아웃 레이지' 라는 이상한 영화가 있다.(이 영화는 그러고 보니 3연작이다)


그 영화의 내용은 한국인 혹은 재일교포가 '회장님'이고,

일본인인 그는 조직이 망한 낭인 신분의 깡패인데,

회장님의 보살핌으로 자신의 조직을 망하게 했던 상대 아쿠자를 전부 살해하고,

그 나와바리는 한국인 회장님에 바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상했던 점은 영화의 마지막에, 일본인인 기타노가 한국인인 회장님을 위해

'기꺼이' 자결을 한다는 점이었다.


한국을 극혐한다는 그가 어찌 이런 배역을 맡아 열연할 수 있을까?


영화가 진행되는 중의 기타노의 총질은 마치 옛날 사무라이 영화에서 무사시의 검법처럼

한치의 망설임이나 오차없이 상대를 두동강내는 냉정함이 있었는데,

사실 그는 총을 든 사무라이였던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의리'라는게 그저, 그를 지배하는 현재 권력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고,

죽음을 이유로라도, 그 역할을 거부하는 것은 인간이 할 도리가 아니라는..

이 이상한 논리의 '무사도'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소위 일본 극우들의 사고방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런 장면을 보고 '사나이답다'며 감탄하는 일본인들은 그 얼마나 한심한 종족들인가.


기쿠지로의 여름이라는 영화는 제법 잔잔한 장면을 보여 주었는데,

아무래도 영화 속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다 끝나는 느낌이었는데, 

'싸나이'를 추구하는 그가 진실하게 이웃집 개구장이를 사랑할 수 없어서였을까?

반면 '그 남자 흉폭하다' 라는 영화에서는 불량 이웃 학생의 방에 처들어가 굉장한 폭력을 휘두른다....


저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별일 없이 살것이지만,

150년 넘게 저런 생각에 빠져사는 저놈들 땜에 마른 하늘에 벼락이라도 맞을까 걱정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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