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가장 구석방에서 오타쿠들의 놀이로 등장한
일베가 어느덧 대통령 선거라는 '거룩하고 거대한' 정치 행사에도 등장하였다.
본시 일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스스로 오타쿠를 자처하던 자들인데, 지들끼리의 용어, 몸짓, 뉘앙스등을
상식적인 여러 상징에 붙여 은근히, 그것을 모르고 지나는 일반인들을 놀려 먹었다.
그걸로, 어느 정도까지 그들의 놀이가 확산되는지로 점수도 매기고 일종의 경쟁을 했다.
이들의 놀이는 놀이이기 때문에 대상이나 장소 시간을 묻지 않는다.
이건, 인간의 놀이의 본질인데,
놀이 그 자체를 즐기는, 그것 이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순수 놀이인 것이다.
소위 무목적의 목적이다.
그러나, 그게 확산되고, 어딘가 목적을 가진 자들이 일베의 놀이 문화에 동화 혹은 호응혹은 이용하며
일베 놀이의 놀이로서의 순수성이 없어지면서,
목적성을 가지고 일베를 이용한 자들의 사회적 영향력 덕에,
오타쿠의 놀이에서 벗어나 백주대낮에 뻔뻔하게 얼굴을 들고 일베 놀이가 횡행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문장에서 대선을 '거룩하고 거대한' 정치 행사라고 언급한 것도 일종의 야유 패러디의 뉘앙스가 있는데,
일베의 입장에서 보면 대선이라는 정치 행사는 너무나 거대한 것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가 그들의 몸짓, 언어, 행위를 한다. 표를 얻자고...
진정한 일베 놀이의 견지에서 보면 그런 행위는 일베에의 투항에 불과하다.
일베가 드디어 대통령 후보라는 거대한 목표물 하나를 획득한 것이다.
그게 표가 된다고? 하하하 라고 일베는 웃어줄 것이다.
(놀이를 하는자는 그게 놀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므로..자신의 야유가 어떤지 안다)
일베는 오타쿠에서 벗어났는가?
자신들의 견해('견해'가 있으면 일베가 아니다...)를 백주 대낮에 뻔뻔하게 밝힐 수 있는가?
무엇 때문에?
음지에서 야유하는 것이 진정 일베가 아니던가?
일베의 승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무게잡는 정치가, 일반인, 성인, 지성인들이 근엄하게 눈살을 찌푸리지만,
오히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일베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엄청나게 많이 남았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 현상은 어떤 의미에서,
일체의 기존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진정한 자유주의적 사고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들에게는 어떤 권위, 관습, 예절, 슬픔, 기쁨 조차 다 조롱과 야유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단순한 즐거움을 위해서...
그 즐거움을 즐기는 건 개취니까 머라고 할 필요도 없지만,
그 즐거움을 즐긴다는 건 제발로 오타쿠의 골방으로, 그 후미진 구석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그걸 재벌 하나와 대선 주자와 공당의 대표가 찬성하고 나섯으니
이야말로 일베의 승리다.
이런 구석방의 장난으로 출세해 보겠다는 자들은 미친거 아닌가?
과대망상이 심하다.
오타쿠의 일베가 승리하고 있다. 저들의 흉내내기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