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교계의 밥그릇 싸움

사송 2022. 1. 25. 18:35

동네 아줌마가 이야기 한다.

젊은 시절 신랑이 바람을 피워 불행했다고.

그녀는 해결책을 찾아 점집엘 갔다.

그리고는 묻기를

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회를 가야 할까? 절을 가야 할까?

무당이 대답했다.

교회를 가라.

그후로 그녀는 교회를 열심히나갔고, 남편은 돌아왔으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그녀의 이야기는 민간 신앙의 본질적 모습을 보여 준 것이었다.

 

기독교를 보면 교주인 예수의 본 뜻을 어느 제자도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선생님의 옆자리를 차지할 궁리만 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예수는 오해 속에서 외로이 죽어갔다.

 

불교는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철학으로 경도되더니,

나중에는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수 많은 경전들로 무장하게 되는데

그런 걸 동네 아줌마가 알 수 없으니,

예수나 부처가 영험하다고 하여도

동네 아줌마의 현실적 아픔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역설적 상황이 되는 것이다.

 

교주의 뜻은 거룩하지만

민생들의 아픔을 해결할 해결책은 그로부터 얻을 수 없다는 이 역설

교주의 본뜻은 공부많이 하고 출세한 성직자들이나 알고 있는 것이고,

민생들은 알기가 어렵고, 누가 이야기해 주지도 않으며, 심지어 들어도 모른다는 역설.

 

그리하여 민생들은 일용할 양식으로서의 종교가 필요하니

기복교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사실 기복 이외는 그냥 책상 물림들에게나 요긴한 종교일 뿐이지 않을까 싶다.

기복교를 무시하는 것은 민생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금 종교계를 바라보면

거대 종교 3교단은 이 땅의 민생들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해결되지 않는 인생의 어려움을 어느 성인의 교당에 가서 해결해 볼 것인가?

 

이 땅에 고댓적 부터 존재해 온 무당교가 다시 세를 얻고 있다.(세를 잃은 적이 없는가..? )

이 무당교는 기독, 천주, 불교의 3대 거대 종단으로부터

미신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지만, 일용할 양식을 끊임없이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가장 긴요한 종교다.

 

이 무당교의 전통은 기독교와 교배되어 이런저런 이단 교파를 만들었고,

불교와 혼합되어 또다시 도사 법사들을 탄생시켰으며,

심지어 가장 이성적이라는 유교와도 혼합하여 주역원리에 기초한 점술사나 사주팔자에 용한 자들을 양산했다.

 

이 많은 본류 무당과 아류 무당과 이단 무당과 점바치들 까지...

거기다가 정통을 자처하는 목사, 신부, 중들...

에다가 배교자, 이단설자, 종파분자,

천사파, 악마파, 낙원파, 사랑파, 신천지파.....

 

다 모으면 신도보다 더 많지 않을까?

 

비할데 없이 지성적인 나심 탈레브의 성찰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마리를 준다.

세상의 모든 사건들은 무작위로 일어난다는 점이 바로 해결책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모든 교파에 자신의 문제를 들고가면, 해결 되든지 안 되든지 할 것이다.

그건 모두 무작위적이니,

예언, 성사, 굿, 기도, 등등의 효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우연이 몇번 반복된 사람들은 그 종교에 빠질 것이고,

아닌 사람은 종교를 바꿀 것이다.

그리하여 '용한' 교주의 종교를 사람들은 경험으로 선택하게 될 것인데,

이건 위에 이야기한 동네 아줌마의 경우다.

(이게 김건희가 그 많은 무당, 법사, 점바치, 관상쟁이를 찾아 다녀야 했던 원인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종교라고 생각하는게 이럴 것이다. 이럴 것인가?

그렇게 살 것인가? 그렇게 사는게 행복하다면?

 

아니면, 아무런 '특별' 효과도 없는게 밝혀진 종교 따위를 걷어 차 버리고

지성적으로 살 것인가? 이게 책상물림의 생각인가? 이게 불행하다면?

 

잘은 모르지만, 어느 교당에 가서 기도를 했더니 문제가 해결되고 심신이 편하더라...

라면 그 교의 이름이 무엇이든지 그게 문제가 될까?

동네 아줌마, 장삼 이사, 시정의 잡배들 한테..? 그 많은 민생들 한테 말이다.

 

기성의 거대 교단을 꾸리고 있는 종교집단은 교단 자체의 비리로 신망을 잃고 있다.

이럴 때 교단 문제가 없는 무당교야말로 21세기적 종교 형태일까?

 

인류학에서 무당교는 사냥꾼의 종교라고 하는데,

현대야말로 자본의 무자비한 사냥이 횡행하는 시대이지 않는가...

 

이건 시대의 타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