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의 구조적 모순
08년 경제 위기가 지나면서, 서구 분석가들은 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기업CEO들과 기업 간의 책임의 불균형에 있다고 하였다.
즉, 시이오들은 경기가 좋을 때 자신의 급여나 보너스를 크게 가져가고,
그걸 위해 기업에는 해로울 수도 있는 단기적인 경영에 치중하다가,
위기가 닥쳐오면 그간의 경영 행위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단 한푼의 돈도 기업에 반환하지 않고)
기업을 떠나거나,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킨다는 것이다.
경영자의 이런 행태가 기업이 위기에 취약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는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일본은 의원 내각제이므로, 일본의 정치를 담당하는 곳이 국회인데,
지역구 투표에 의해 국회의원이 되면, 중앙 정치 무대로 가서 전국적 영향력 혹은 그 보다 더 넓은 국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일이 잘 돌아 갈 때야 좋지만,
위기가 닥칠 경우(요즘처럼) 일본 국회의원 개인들이 지게 되는
정치적 책임의 문제는 마치 위기 때의 시이오처럼 불균형해 보이는 것이다.
즉, 중앙 정치가 잘못되어 위기가 닥치면,
국회 의원 개인들은 제 동네에 가서 정치적 심판 즉 총선을 치르게 되는데,
지역구에서 재선되면 즉시 정치적 면죄부를 받고 다시 중앙 정치무대로 복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국회의원이 행사하는 권력은 일본 전역 혹은 국제적으로 위력이지만,
정작 '직접' 정치적 책임을 정하는 사람은 아주 좁은 자신의 지역구민이라는 불균형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선거에서는 얼마나 좁쌀같은 이슈가 다루어지는가.
그때는 아무런 국가적, 국제적 이슈가 정치적으로 심판받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나 울나라의 국회의원의 다수는 그냥 지역의 토호들, 저명인사들, 혹은 명망가의 자녀들이
거의 무투표 당선하다시피 하고 있으니,
그들이 중앙에 가서 입법 뿐 아니라, 행정권력까지도 장악하는 일본 정치는 책임과 권력 간의 불균형이 너무나 심한 것이다.
가령 아베만 하여도,
그가 하고 있는 각종 정책이 이대로 가면 일본이 망할 지경의 위험한 정책들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정작 아베의 정치적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아마구치'라는
좁은 지역의 사람들인 것이고, 그들에게 재신임 만 받으면, 다시 일본 전 국민이 아베의 통치에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야마구치 사람들의 투표권이 과대 효력을 가지는게 아닌가...
이런 문제가 일본 정치에서 책임을 안지고 보수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메카니즘이 아닌가 싶다.
권한은 크게, 책임은 작게...
정치,재벌,경영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모순의 원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