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주주 자본주의

사송 2019. 3. 29. 19:30


한진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쫒겨났다.

이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는게 아직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울나라 처럼 기득권 오너 보호에 열심인 나라도 없는데,

이번에는 국민 연금과 소액 주주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외국의 대형 기관투자가가

회장에 반대하면서 연임에 실패했고, 그는 쫒겨났다.


주주 자본주의를 주장하던 자들은 환호를 올렸다.

일주일표를 기본 원리로 하는 주식회사 제도 하에서 이런 일은 너무나 당연하며,

선진국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인데, 이게 이제 겨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일어난 것이다.

저 유명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그 회사에서 쫒겨나지 않았던가...


다른 면에서는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염려 혹은 비판이 있다.


사실 주주라는 존재는 거의 대부분 투기적 자본 이익을 노리며, 회사 자체에 대해서는 애정이 없는 자들이다.

그 회사의 성장이랄까 역사는 무시하고, 오로지 자본 이득만을 노리는 자들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월 스트리트 1편"에 자세히, 재미있게 묘사되고 있다.

그 영화에서 커크 더글라스의 주주 총회 연설은 인상적이었는데,

그 멋진 연설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가 노린 건 회사를 인수한 뒤 분할하여 팔아 먹는 것이었다.

그의 의도대로 되었다면 회사는 공중 분해되고, 긴시간 동안 회사를 사랑하며 키워왔던 모든 인간적 가치들이 허공 중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만일 회사가 그런 주주들에 의해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무한히 가능하다면...?

사회 구성원의 거의 대부분인 노동자들은 일터 잃는 것이 무척 쉬운 불안정한 사회에 살게 된다.

그뿐이겠는가...? 아직 논쟁이 끝나지 않은 주제인 것이다.

독일 같은 나라에서는 주식화사의 이해 관계자에 지역 사회까지 넣고 있으니,

아직 우리나라의 주주 자본주의는 초보중 가장 초보 수준일 뿐이다.

 

주주자본주의가 그 정의로운 얼굴을 한번 내보였지만, 그의 냉혹한 얼굴이 조만간 나타나지 않을까?


아니면, 일종의 '사회적' 주주 자본주의가 가능할 것인가...


한진 회장의 축출이 새로운 자본 질서가 도래하리라는 징조일까?

아니면, 기득권 재벌들의 가열찬 반격을 불러와 다시 사회가 후퇴할 것인가?


그러나 막상 삼성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