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조조 안희정

사송 2017. 2. 17. 12:18


연의의 영향으로 조조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 어떤 인물을 조조에 비유하는 것은 일종의 모욕일 수도 있으나...

정작 중국 본토에서의 조조는 정식으로 인정된 황제이며,

그의 실질적 업적도 조명되고, 또한 인정받고 있는 위인이니..실상을 알고보면 전혀 모욕적인 것이 아니리라.


안희정이 조조를 연상시키는 것은 생각의 샤프함, 실용주의, 전략적 지점에 대한 빠른 판단, 재빠른 변신...등이다.


어떤 지점에서는 역시 명분론이 강한 한국의, 특히나 소위 진보진영의 인식에서 보면 그리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나, 안희정을 바라보는 여론이 점점 호의적인 것은

안희정이 바라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의 생각의 어떤 지점에 적확성이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이에 대비되는 인물이 이 재명이다. 이 재명은 세간에 아직도 존재하는, 그리고 소위 태극기 집회를 통해 생생히 그 존재를 드러내는

레드 콤플렉스에 정면으로 짱돌을 던지는 장비 혹은 관운장의 모습이다.

명분론에서는 관운장이 조조 보다 더 위대하다. 심지어 그는 신으로 추앙받기도 하지 않는가...


안희정은 유연하게 그 충돌을 피하면서 적당히 아군에게도 자신의 신념이 변치 않았슴을 보이는 민첩함이 있다.


역사상의 조조를 보면, 오히려, 일반 민중이 정치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의 일면을 알 수 있다.

조조는 둔전제를 최초로 도입한 정치가라고 알려져 있다.

둔전이란, 평소에는 자신의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살다가 군사가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군졸로 변하는 제도를 말한다.

조조 시대에는 아직 북쪽 기마군들이 평원을 자주 침입하던 시절이니,

일반 민중이 맘놓고 농시짓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니,

조조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여 농민이 전쟁이 없는 시절을 살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힘없는 일반 민중에 힘센 정치가들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이것이야 말로 모든 이념 혹은 투쟁을 넘어서는 가장 기초적인 정치의 목표가 아닌가 말이다. 무사히 평시를 보낼 수 있는 것!!!


실제, 조조가 활동하였던 하남 지방을 가보면, 조조가 최초로 이루었던 제도의 위력을 세대를 넘어 실감할 수 있다.

하남의 드넓은 들판은,너무 넓어서 막막하며, 그걸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마스타 플랜이 없으면,

인간이 정주하기에 무척 어려운 곳이다. 그곳에 경지를 만들고, 도로를 개설하고, 관개시설을 도입하여

사람을 살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조조의 둔전제였던 것이다.

귀족 출신이긴 하지만, 사회적으로 조소받는 신분이던 그는,

그와 경쟁하던 다른 군벌들과는 달리 민중의 삶을 위한 정책, 제도...등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시행했던 것이다.

이는, 고대의 개혁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도로를 정비하고, 유사시를 위한 피난 동굴 마저 만들었으니...그 흔적들이 지금의 정주 부근에 실제로 있다.


지금 안 희정에게서 그런 요소가 보이는가? 혹은 기대할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그의 지지율이 날로 오르고 있다. 이게 반대세력들의 역선택의 결과일까?


그의 도전이 이번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상대 진영에게 자신의 주장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이게 했다는 것은,

우리 민주 정치 60년의 역사에서 처음 생긴 일이지 싶다.


막막하게 막힌 조국의 정치적 현실, 밀려오는 경제적 삼각파도...

슬기로운 정치가가 필요한 싯점이다.